잉슐랭 가이드 : 5점 만점 기준 4.5점 (언젠가 더 맛있는 걸 먹을 수도 있으니까)
이곳은 원래 레스토랑이 아니라, 요리를 가르치는 곳이다.
다만 목,금,토요일에 한하여(일요일은 격주로) 교육 시식을 하고 있는 일종의 팝업 다이닝.
무조건 예약제로 하루에 10명만 예약을 받고 있다.
2월 방문 후 예약하기가 어려워 재방문을 못하고 있었는데, 우연찮게 불쌍한 나를 위한 이벤트가 열렸다. 바로 신청.
근 1년 만에 방문인지라 메뉴는 꽤나 달라져 있었다.
반가운 허브 버터와 빵으로 시작하는 다이닝.
나는 원래 버터를 잘 안 먹는다.
보통 손도 대지 않거나 대체로 대부분 남기는 편인데
그런데 이 허브 버터는 자동으로 아껴먹고 싶었다.
맛있는 반찬을 아껴 마지막에 먹는 흑수저의 본능이었던가.
솔로를 위한 크리스마스 이벤트여서 그랬는지
반짝이는 루돌프 머리띠를 하고 등장하신 정우성 셰프님 ㅋㅋ
플레이트가 바뀌고
세 가지 아뮤즈부쉬
지난 시즌 메뉴였던(먹어보지 못했던) 초계면을 타파스로 먹어볼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다. 오이의 색다른 향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.
스파게티 면을 꼬치로 사용한 닭고기 핫도그도 인상적이었다.
원초적으로 맛있는 그 맛!
아페리티프로 사과향이 나는 스파클링이 나왔다. 음식 사이의 리프레쉬를 담당.
첫 번째 에피타이져는
참치 타다끼가 식상해 변화를 주었다고 하신, 훈연 참치 춘권.
허브와 잎들은 신선함과 콜라비 소스의 어우러짐이 정말 좋았다.
특히 돌돌 말려져있는 피클의 향이 무척 좋았다.
두 번째 에피타이져는
연어 그라브락스 최근 TV에서도 소개된 바 있는 이곳의 장기 생존 메뉴이다.
연어와 시트러스류의 과일 허브크림치즈 소스가 어울림은 정말 좋아서, 첫 방문 때보다 더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.
이어서 Melanzane
이전 메뉴였던 가지 판체타와 친구인 녀석 같다.
셰프님께서 가지 피자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고 설명해주신, 이 메뉴는 가지를 싫어해도 먹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.
-물론 난 좋아하지만
소스는 두 가지였는데
하나는 마늘 소스와, 사진에는 잘 보이지 않지만 뒤에는 멕시칸 느낌이 나는 콩과 고기, 향신료로 만든 소스가 곁들여져 있었다.
개별적으로도 그리고 복합적으로도 잘 어울려 다양한 맛을 즐길 수 있었다.
소삼계!
내가 Esprit chef's를 알도록 해준 유머저장소 페이지 관리자가 가장 좋아한다고 말한 메뉴.
별도로 제공된 육수를 부으면 완성된다.
따봉 박고 시작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확실하게 보여준 메뉴.
약간은 단조로울 수 있는 식감까지 완벽하게 커버한 최고의 음식이었다.
도라지 칩이 이렇기 맛있을 줄은 몰랐다.
버섯밥.
리조또를 만드는 방식으로 만들기 때문에, 열다섯여 번에 걸쳐 육수를 나눠 부어 더 많은 향과 맛을 품고 있다고 설명해주셨다.
갈리 칩과 버섯 맛이 나는 잎으로 장식했다.
첫 입에 터져 나오는 버섯 향이 너무 좋았다.
지난번 먹었던 샤프란 밥보다 더 맛있게 먹었다.
클린져는 샷잔에 제공되었다.
드라이드 토마토와 화이트 와인 비네거, 막걸리 거품으로 만들어진 음료였는데
정말 완벽한 밸런스였다.
재료의 맛이 모두 살아있으면서도 그 사이사이에 빈틈이 없었다.
식음료업에 종사하고 있어서 그런지 모르지만, 아주 감동받았다.
메인 전에 다음 시즌에 사용할 재료라며 칩을 몇 개 주셨다.
돼지 껍질을 튀겨낸 것이었는데 아주 독특했다.
독일에서 특히 많이 먹는다고 들었는데, 튀기면 어마어마하게 불어난다고 한다.
드디어 메인.
한우 떡갈비와 돼지 안심스테이크
포크를 대자 부서져버리는 떡갈비였는데, 입에선 제 식감이 제대로 살아났다.
부드러우면서도 텍스처가 살아있을 수 있음에 놀랐다. 그리고 돼지 안심 같지 않은 스테이크.
곁들여진 견과류와 버섯 피클까지 불필요한 것은 하나도 없었다.
코스가 끝난다는 아쉬움에 아껴먹으려 노력했다.
예전 「냉장고를 부탁해」에서 안정환씨가 말한, "이에 꼈는데 안 빼고 싶다"는 멘트가 떠올랐을 정도로
코스의 끝이 아쉬웠다.
물론 방금 양치한 것처럼 입속엔 아무것도 없었지만 ㅎ
그리고 이어서 디저트.
화이트초코를 품은 에클레어와
전날 커플들이 만들고 간 초콜릿 케이크^^
밀가루 대신 아몬드파우더가 들어가 건강에 좋다고 하셨는데 왠지 모르게 배가 아팠다^_ㅠ
루이보스 차와 함께 마무리.
숟가락으로 플레이트를 긁으면 교양 없어 보일까 봐 최대한 자제하려고 했는데
숟가락 딸그락 소리가 자선냄비 마냥 울려 퍼졌다.
오랜만에 바닥까지 긁어먹은 음식이 아닐까 생각해본다.
돈이 목적이 아니기에 이어져 나갈 수 있는
이 코스트에 이 구성은, 그저 감사히 먹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.
좋은 자리 만들어, 잊지 못한 크리스마스를 보내게 해주신 ESPRIT CHEF'S 분들께 감사드리며
끝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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